연꽃은 참 성스러운 꽃인 것 같다. 진흙에서 자라지만 더러워지지 않는다(出泥不汚)는 옛말같이 맑고 투명한 아름다움을 지닌 꽃이다. 그래서 절이나 신사(神社) 앞에 많이 심어져 있는 것 같다. 하긴 중생을 구원하는 관음보살도 연꽃을 타고서서 어지러운 중생을 굽어보고 있으시니 연꽃의 성스러움이 그 정도이다..
요즘 사진찍기에 취미를 붙인 남편이 비싼 카메라를 사서 어제는 아침부터 연꽃보러 오카자키시의 伊賀八幡宮에 갔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나이지만 연꽃을 보고싶어서 일요일 아침잠을 희생하고 남편을 따라나섰다.
차로 20분쯤 가니 주택가의 중간에 자리잡은 신사가 보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 펼쳐진 연꽃늪이 한눈에 안겨왔다. 푸른 배같이 둥실 뜬 연잎 위로 분홍 연꽃이 눈이 모자라게 피어있는데 어딘가 가라앉은듯한 청정한 정토의 고요함 속에서 찰칵 찰칵 셔터 누르는 소리만 가끔씩 들려올 뿐이다. 아직 7시도 안 되었는데 사진기를 들고 조용히 걸어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보인다.
분홍 꽃잎 사이로는 노란 연밥을 둘러 싼 꽃술을 찾아서 꿀벌들이 분주히 날아다니고 꽃이 떨어진 푸른 연밥위에는 투명한 날개를 접고 잠자리가 점잖게 앉아있는다.
욕망에 찬 인간들이 분주하게 설치는 세속을 벗어난 느긋한 행복감이 가슴속에 고즈넉히 차오른다.